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는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가 딸 장하빈(채원빈)이 연루된 살인 사건을 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범죄자를 상대하며 인간의 어두운 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태수는, 자신의 딸이 살인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 앞에서 무너집니다. 하빈은 평범하고 조용한 대학생으로 보였지만, 그녀의 주변 사람들은 하나둘씩 의문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던 일들이, 점점 ‘의도된 사건’으로 드러나면서, 태수는 아버지로서의 본능과 수사관으로서의 직감 사이에서 흔들리게 됩니다.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정보
- 방송사 : MBC
- 장르 : 스릴러, 범죄, 드라마
- 방영기간 : 2024년 10월 11일 ~ 2024년 11월 15일
- 회차 : 총 10부작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등장인물
장태수(한석규)
: 국내 유일 경찰대 출신 프로파일러. 프로파일링이라는 단어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그는 자진해 범죄 행동 분석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 후 희대의 연쇄 살인마들로부터 자백을 줄줄이 받아냈습니다. 장태수의 진가는 조사실 안에서 발휘됩니다. 무리에서 가장 약한 사슴을 한눈에 알아채는 맹수처럼 용의자의 눈빛이 언제 흔들리는지, 어떤 화제를 피하고 싶어 하는지 귀신같이 알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포커페이스로 난자된 시체를 봐도, 천인공노할 범인이 코앞에서 이죽거려도 평정심을 잃는 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태수의 능력을 하나만 꼽는다면, 바로 '의심' 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합니다. 용의자는 물론 목격자와 피해자까지도. 수사관에게 믿음은 독입니다. 범인은 선량한 얼굴로, 완벽한 알리바이와 사회적 명성으로 수사관을 속일 수 있습니다. 근거가 부족한 확신, 고정관념과 선입견 같은 수사관의 얄팍한 믿음은 직무유기를 넘어서 죄라고 생각합니다. 태수의 의심은 머리가 아닌 내장부터 꿈틀거리는 본능에 가깝습니다.
그는 유능한 프로파일러지만 동시에 형편없는 아빠이기도 합니다.
태수 역시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일곱 살 아이가 죽은 사건을 해결하느라 일곱 살 난 딸 생일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종일 범죄자와 기싸움을 하고 시체 사진을 들여다보는 게 그의 일이었습니다. 밥상에 둘러앉아 오늘은 뭐했냐고 묻는 딸을 보면 말문이 막혔습니다. 프로파일러는 생각보다 더욱 고독한 밥벌이였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비극이 그의 가정을 덮쳤을 때 그는 좋은 남편도, 아빠도 되어주지 못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태수의 '의심'이 문제였습니다.
장하빈(채원빈)
: 태어나 지금까지 늘 예뻤습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도 진작 알았습니다. 아빠가 매일같이 들여다보는 피칠갑 현장 사진을 봐도 아무렇지 않았습니다. 태수의 메모 속 질문들이 어린 하빈에겐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시체를 왜 토막내냐고? 그래야 옮기기 쉬우니까. 배는 왜 갈라봤겠냐고? 뻐꾸기 시계 뜯어보는 거랑 똑같은 거 아닌가? 궁금하니까.그런 자신을 바라보던 태수의 충격받은 눈빛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왜일까? 아빠는 왜 매번 날 그런 눈으로 보는 걸까. 어릴 땐 궁금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상관없습니다. 날 어떻게 보든... 어떤 인간이라고 믿든. 자신에게 역시 생물학적 아버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사람이니까.
엄마가 죽은 뒤로 사는 게 시시했습니다. 그보다 더 최악인 건 아빠와 다시 살아야만 하는 현실이었습니다. 필요할 때는 눈에 보이지도 않더니, 이제와서 사사건건 내 인생에 참견질이었습니다. 공부만큼 잘 하는 게 거짓말인데... 아빠한테는 통하지가 않습니다. 그래봤자 내가 이길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부모란 그런 거니까... 천하의 프로파일러라도 자식은 못 이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상은 빗나갔고 더 거짓말쟁이가 되고, 어둠으로 숨게 되고, 이제는 되돌릴 수조차 없습니다.
이어진(한예리)
: 범죄 행동 분석팀원. 첫 발령 당시 여리여리한 그녀가 기센 강력계 형사들 사이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주변의 걱정을 샀지만 완전한 기우였습니다. 성범죄자들의 지저분한 농담에도 속눈썹 하나 꿈쩍 않고, 원하는 정보가 있으면 어떻게든 대답을 들어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언제나 감정보다는 사실, 사람보다는 사건을 우선합니다. 그런 이유로 실력은 있지만 재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태수와 함께 사건을 추리하면서 태수와 딸 사이의 긴장에 균형을 이루거나 더하는 인물입니다. 그녀의 존재가 관계 맺기와 갈등의 중재 혹은 증폭 요소로 작용합니다.
비밀스러운 딸, 그리고 숨겨진 진실
하빈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지만, 그녀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사진 한 장이 이야기를 뒤집습니다. 그 사진 속에는 첫 번째 피해자의 시신이 있었고, 시간대상으로 보아 사건이 일어나기 전 그녀가 그 장소에 있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하빈은 끝까지 침묵합니다.
아빠는 항상 진실만 찾잖아. 근데 진실이 꼭 옳은 건 아니야.
그녀의 이 한마디가 이후 전개를 이끄는 결정적인 복선이 됩니다. 드라마는 이후 태수가 하빈의 과거를 추적하면서 밝혀지는 ‘두 번째 인물’ 즉, 하빈이 아닌 또 다른 인물이 사건의 실체에 관여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하빈의 주변 친구들, 그리고 전처 윤지수(오연수)까지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 사건과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하며 이야기는 점점 더 깊은 심리전으로 흘러갑니다.
밝혀진 진실, 그리고 너무 늦은 후회
결국 마지막 회에서 모든 퍼즐이 맞춰집니다. 진짜 범인은 하빈이 아니라, 그녀의 대학 선배이자 연인이었던 서도윤이었습니다. 도윤은 태수의 수사 기록을 훔쳐 자신의 범죄를 완벽히 위장했고, 하빈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대신 죄를 뒤집어쓰기로 결심합니다. 그녀가 그렇게 한 이유는 단 하나, “아빠가 나를 믿지 않았으니까요.” 태수는 진실을 알게 된 순간, 자신이 평생 추구해온 ‘정의’가 결국 딸을 외롭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도윤을 체포하지만, 정작 하빈은 자취를 감춘 뒤였습니다.
결말 – 사라진 딸, 남겨진 아버지
엔딩은 잔잔하지만 잔혹합니다. 사건이 끝난 후, 태수는 한적한 바닷가를 걷습니다. 그의 손에는 하빈이 남긴 편지가 한 장 있습니다.
아빠, 나는 이제 아빠의 세상에서는 살 수 없어요.
하지만 아빠의 진심만큼은 기억할게요.
그게 내가 살아남은 이유였으니까.
편지를 읽은 태수는 미소를 지으며 바다를 바라봅니다. 그가 눈을 감는 순간, 파도 소리 사이로 하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아빠, 이제 나 믿어줄 거죠?”
화면은 그 대사와 함께 천천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끝납니다.
후기 – 가장 잔혹한 배신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의 결말은 해피엔딩도, 완전한 비극도 아닙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얻었고, 누군가는 사랑을 잃었습니다. 가족이기에 숨기고 싶었고, 사랑했기에 거짓을 선택했던 인물들의 감정이 너무나 인간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스릴러"가 아니라, '사랑이 어떻게 배신으로 변하는가' 를 보여주는 심리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특히 한석규 배우의 눈빛 연기는 말보다 강렬했고, 채원빈 배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가 드라마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었습니다. 결국 이 드라마가 남긴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진실은 때로 사랑보다 잔혹하고,
사랑은 때로 진실보다 위험하다.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는 잔혹한 스릴러의 껍데기 속에 가족이라는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랑이 어떻게 사람을 구속하고, 또 구원하는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마지막 회를 본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여운을 남깁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되는 그 찰나의 공포. 그 감정을 가장 현실적으로, 그리고 가장 아프게 담아낸 드라마.
바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입니다.